눈내리는 겨울을 기다리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새하얀 눈이 온 천지를 덮어 신천지로 보이는 겨울이 기다려진다. 나만의 소박한 기다림이 아닐 것이다. 이때에는 지금처럼 코로나19의 공포가 말끔히 가시고 화로에서 잘 익은 군고구마를 꺼내어 숯깜정이가 된 껍질을 벗기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때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이다. 내 생애 가장 잔인하고 공포로 뒤덮인 해가 2020년이다.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인 54일의 물 폭탄의 장마가 있었고, 이로 인해 여러 곳의 산사태며 제방의 둑이 유실되어 인명과 재산의 피해는 그 얼마며, 지금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을 생각해 보면 눈앞이 캄캄해 진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가져온 피해라며 이러한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말해서 무엇하랴?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코로나19가 작년 12월 중국의 후베이성에서 창궐한 이래 우리나라에도 급습하여 엄청난 인명피해를 주고 있다. 오늘 현재 확진자는 17,399명이고 사망자는 309명이다. 백신개발은 2-3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치료제가 없는 이 전염병을 우리나라는 가장 모범적으로 대처하여 그래도 작은 피해로 온 국민이 합심하여 제거하는가 했더니 요즈음 대 유행(펜더믹 현상)의 조짐이 보여 정부와 모든 국민이 긴장하고 있다.

  오늘(8월 23일) 현재 사랑제일교회 누적 확진자는 841명이고 어제 0시 발표 감염자 수는 396명이다. 정부는 전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발령하여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8.15 광화문 집회의 2,000여 명에 달하는 민노총 참가자에 대한 대책과 보도는 왜 없는지 모르겠다. 시위저지를 막던 경찰도 4명이 감염되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민노총 참가자들은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다는 말인가? 또 이미 20만 명이 넘는 국민의 청원은 집회를 허가한 판사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왜 정부는 묵묵부답인지 모르겠다. 모두가 공평하고 선명할 때 국민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나는 1971년 3월 1일 자로 ROTC 육군소위로 임관하여 광주포병학교에 입교했다. 이때부터 2년 4개월의 군 복무가 시작된 것이다. 입교한 지 17일이 되니까 육군소위 봉급이 지급되었다. 입교할 때 비상금을 지참한 터라 봉급을 집으로 송금했다. 아버지께서 이에 직접 쓰신 편지를  보내주셨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아버지의 편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첫 서두가 “*신외무물(身外無物)이란다. 건강에 각별히 유념하거라.”로 시작한 편지를 읽는 순간 나는 내내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아버지의 편지 내용을 나는 지금도 가슴에 품고 산다. 세상에서 건강보다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평생동안 신외무물의 진리를 실천하려 노력했고 내 또래의 친구들보다 훨씬 건강을 유지하며 생활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지금도 특별히 몸에 이상이 있어 약을 복용하는 게 없고 성인병도 없으니 말이다.

  100세 시대를 추구하는 국민 모두가 가장 소중한 자산이 건강이라고 여기는 이 때에 코로나19의 전염은 참으로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가적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이 대동단결하여 그 위기를 떨친 위대한 민족이다. 오래되지 않은 국가적인 위기의 IMF를 국민의 일치단결로 가장 짧은 기간에 회복한 위대함을 보이지 않았던가? 어디 그뿐인가?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전염병인 사스(SARS)며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리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최소의 피해로 물리친 경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폐혜를 모르는 이가 없다. 절대 3단계까지 가면 안 된다. 정부는 만약의 경우 3단계를 발령할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내 건강과 내 가족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은 필수임을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이제 또다시 위대한 민족의 저력을 슬기로 나타낼 때이다. 우리 모두 함께 동참하여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내자. 눈 내리는 겨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20. 8. 23.)

*신외무물(身外無物) : 건강이 없는 만물은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