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비안초등학교 방문
                        - 마지막 졸업생 김경주를 찾아서

                                                     우신산업(주) 회장 국중하

  1963년에 개교하여 한때는 분교까지 운영했던 군산 비안도초등학교가 7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보도를 접했다. 비안도초등학교는 현재 6학년 여학생 1명에 교직원 5명으로 전교생 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은 학교다. 2021년 2월 달랑 한 명밖에 없는 학생이 졸업하고 군산지역 중학교로 진학하고 나면 학교의 문이 자연 닫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2020년 11월14일 새만금호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새만금 동서도로가 개통되었다. 나는 정군수 시인(신석정문학 관장)과 함께  15일에 새만금 동서 처녀도로를 타고 달려갔다. 한 명뿐인 졸업생을 기필 만나보고 싶었다.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1길 7(옥도면 비안도리 259번지), 비안도초등학교 김진태 선생과 전화 연결이 되었다. 나는 작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신분을 밝힌 후, 오늘 기사를 보고나서 귀교를 방문하여 학생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방문하면서 책 선물을 하려하니 교장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네 분 선생님들의 존함을 알려달라고 했다.  
  교장선생님 모시고 교직원 회의 후 연락을 주겠다더니, 2시간 후에사 코로나 방역관계로 방문을 받을 수 없겠다는 통보를 해주었다. 잠시 실망하고 망설였으나 궁 즉 통한다는 말마따나 내 딴의 궁리가 통했다. 김승환 교육감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방문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교통편은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가력도항에서 오전 8시 30분에 12인승 비안두리호 편이 있다고 하였다. 15분 운항하여 비안도항에 도착한다고 하는데 예약은 안 되고 선착순으로 12인이 승선하면 출항한다면서 8시까지 도착하라고 했다. 돌아올 때는 비안도항에서 오후 4시에 출항한다면서 역시 30분전에 와 달라고 했다. 선비는 편도 1인당 만원이고 점심식사는 선장에게 의뢰하여 예약했는데 민박집에서 한 끼에 현금으로 1인당 만원이라고 했다. 
  비안도는 섬의 모양이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무녀도에서 남동쪽 5km에 자리한 고군산열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외로운 섬이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에서 공모한 찾아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비안도의 여러 곳이 투자개발 되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내 섬 중 유일하게 여객선이 없어 찾아갈 수 없는 섬이 되어버렸다. 원인은 행정구역 기 싸움의 결과물이라니 답답한 심정이었다.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비안도의 해안선 길이는 6.6km, 전체 면적은 1.63km2에 199세대 465명이 거주하고 있다. 아주 작은 섬은 아니었다. 섬의 산형은 비안도 남쪽에 위치한 해발 170m 남봉산과 북쪽에 위치한 노비봉老妃峰(비안도에서 가장 높다는)이 191m이다. 일명 북봉산이라고도 불리는데, 물과 돌이 아름다운 비밀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정군수 시인은 11월 15일 이른 아침 5시 40분경에 우신산업에 도착하였다. 나는 출근시간에 맞춰 6시 30분에 회사에 도착, 정 시인과 함께 회사식당에서 간부직원들과 조찬 후 7시에 출발했다. 
  어제 개통식을 마친 새만금 동서도로가 이날 정오 이후부터 개통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하는 수없이 돌아올 때에야 처녀도로를 탈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군산에서 새만금방조제 길을 따라 부안군 가력도항에 8시20분경에 도착했지만 배는 벌써 떠나고 없었다. 황당하여 선장에게 전화했더니 승선정원 12명을 모시고 중간쯤 가고 있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는 승선확인자명단에 인적사항을 적어두고 기다렸다. 승선인원이 많아서 두 번째로 출발하는 비안두리호를 타고 15분 만에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항에 도착했다.
  비안도초등학교는 선착장에서 400여m거리에 위치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를 안고 보건진료소와 이웃한 앞이 탁 트인 훌륭한 위치였다. 외관환경도 잘 가꿔진 재래 잔디 운동장에 어울리는 조경, 연륜을 자랑하는 현관 앞 조경수가 아름다웠다.
  주변 환경 촬영을 마친 뒤 조심스럽게 현관에 들어가 체온을 재고 방문자 인적사항을 기록했다. 손 소독 후 한 분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교무실의 접견실로 들어갔다. 김원웅 교장선생님과 김진태 선생님 그리고 우리 일행 3명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교장선생님이 명함을 받고서 본인 명함을 줄 생각을 안 하기에 명함을 주시라고 청했다. 잠시 망설이더니 교장실에 가서 명함을 챙겨다 주었다. 김진태 선생님에게도 명함을 청했는데, 진짜로 쓸 일이 없어서 명함 없이 지낸다고 답했다.
  완주예총사와 완주예술 4호를 교장선생님께 건네주면서 폐교 뒤에도 영원히 비치할 중요문서와 함께 소장해 달라며, 수필집 <머나 먼 귀로>와 <돌 꽃 피다>는 개인적으로 소유하라며 교장선생님과 김진태 선생님 등 명단을 주지 않은 세 분 선생님까지 목목이 전했다. 
  교장선생님이 어리둥절하기에 댁이 어디냐고 물었다. 전주에서 출퇴근한다고 했다. 인사를 나눈 뒤 김경주 학생을 데려왔다. 맞은편 상좌에 앉도록 한 뒤 수필집 <머나먼 귀로>에 ‘꿈은 이뤄진다.’ 큰 꿈을 갖기 바란다. 라는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유관순 열사를 아느냐?” 했더니, “안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도 아느냐?” 했더니, 잘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두 분은 훌륭하신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님이신데 섬 출신인 것이 공통점이다. 김경주 학생도 아름다운 섬 비안도에서 태어나 자랑스러운 비안도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 될 것이다. 경주를 위해 다섯 분의 선생님께서 정성을 다하여 지도하고 계신다. 아마도 김경주 학생도 대단히 큰 인물로 성장할 것 같다. 정군수 시인과 함께 경주를 만나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준비하여 왔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경주의 성장과정을 꼭은 지켜보고 싶다”라고 간곡하게 말해주었다.
  김진태 선생이 학생과의 사진촬영은 안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신분을 확실히 했으니 개의치 마시고 김원웅 교장선생님과 김진태 선생께서 학생과 함께 촬영하자고 요청한 끝에 현관으로 나가 학생을 중앙에 세우고 합동 사진 촬영을 했다.
 
            김경주 학생과 함께                             현관 조경수 앞에서
  이렇듯 학생 인터뷰를 마치고 마을로 가는데 토지분할 매매상담이란 간판이 붙어있어 찾아보았다. 살고 있는 집터가 넓어서 쪼개서도 팔 수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비안도 지가가 해변은 평당 1백50만원, 마을 내부는 6~70만 원으로 반값이라 했다.
  상담 후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식후 산책을 위해 예약된 비안도길 107번지 선장 집을 찾아들었다 아담하고 깨끗한 새집에 우리만의 공간이어서 안심하고 편안한 오찬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하기도 하고, 섬 정보를 더 얻기 위해 산책중이라는 선장을 불렀다. 우리가 점심 대접을 하겠으니 지금 집으로 돌아와 달라했다. 식탁에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비안도가 고군산열도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있어 고려 말부터 유배지로 정착되었다더니 실제로 이만근 선장의 7대 조부께서 이곳으로 귀향 오셔서 지금까지 200여 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선장내외분이 섬 주민답지 않게 열린 사고여서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인근에서 15년여 동안 주유소 운영을 하다가 선장하면서 다시 섬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시 그래서 사업가다운 면모가 보이는구나 싶었다. 김경주 학생은 부모가 있지만 할머니께서 돌보고 있다며 경주엄마는 우울증이 심하여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아빠는 술이 너무 과하다며 안타까워하면서, 선장도 김경주가 잘 자라주기만 하면 큰 일꾼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강현욱 전 지사의 부친께서 비안도초등학교 초대교장선생님이었고, 강현욱 전 지사님도 1~2학년을 이 학교에서 배웠다는 새로운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군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선 사업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도 짚어줬다. 도선업이 승객을 위한 서비스 사업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12인승 선박위주의 운영으로 승객이 13명만 와도 한 사람을 떼어놓고 출발해야 함으로 몹시 괴롭다. 아쉬운 대로 20명쯤은 탈 수 있는 선박으로라도 교체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본인이 사설도선업을 해보면 어쩔까싶다기에 추진해보라고 적극 부추겼다. 
  반찬과 밥이 맛있다며 김태열 기사와 정군수 시인이 감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주인내외도 흐뭇해하면서 산책하다가 시간이 남으면 다시 와서 쉬어가라고 했다. 정군수 시인이 점심을 사겠다며 5만 원을 주고 거스름도 안 받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함께 동행해준 것만도 고마운데 식대까지 부담시켜 미안했다.
  선장이 알려준 길을 따라 비안도민의 식수원저수지- 몽돌해안 데크-남봉산-만금정-구례셈-몽돌해안탐석- 비안두리호 탑승 코스를 둘러보았다. 몽돌해안에서 아름다운 돌과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 샷을 남기고 남봉산 쪽 만금정을 찾아가다가 중간에 길을 잃었다, 주변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를 듣고 길을 물었다. 바로 인근 앞에서 손짓하며 자기들 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다.
  할머니 두 분이 길을 내기위해 풀을 깎다가 잠시 쉬는 중이었는데 그중 한분이 김경주의 할머님이셨다. 어떻게 이런 인연이 다 있을까. 길 안내를 경주할머니한테 받을 수 있다니``````. 할머니가 활달한 성격에 당차고 선진적인 신식 분이셨다. 경주를 지키면서 잘 키우고 있다면서, 경주엄마가 부실해서 더는 아이를 낳으면 안 되겠기에 할머니가 직접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불임조치를 했다고, 또 경주를 신안도 학교로 보내겠다는 말을 듣고는 법원을 오가면서 오늘까지의 경주를 지켜냈다고, 경주를 끝까지 본인 손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시는 것이었다.
 
           몽돌해안 데크 앞에서                           김경주 할머님과 함께
  만금정은 강현욱 전 지사의 호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팔각정 2층에서의 전망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탁 트인 바다에 두리도와 무인도가 어우러진 모습이 참으로 고혹적인 절경인 바다. 이 자리에 400여년 수령 당산보호수가 위치했다하니 과연 천하의 명당자리가 아닌가. 강현욱 전 지사 부친께서 비안초등학교 교장으로 계실 때 강지사가 이 학교에서 공부했던 인연으로 2006년에 팔각정을 세운 것이라 전하기도 하셨다.
  만금정에서 정군수 시인이 핸드폰을 꺼내보더니 오늘 12,000보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끊임없이 펼쳐있는 몽돌해변과 망망대해와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루어 빚어내는 맑은 산소를 원 없이 흡입하여 그런 것이려니 싶었다.
  학교 뒤로 내려왔는데 우연히 지나던 노인 한분이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붙였다. 김경주 학생 할아버지라니, 세상에! 이런 기연이 어디에 또 있을까 감격스러웠다.
  구례샘! 맑은 물이 바닷가바위에서 쉼 없이 솟아나왔다. 참 신기했다.
  몽촌 바닷가 예쁜 돌과 굴 서식지 등을 관찰하고 몇 개의 형상석을 탐석하여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만금정 2층에서 바라본 절경                               구 례 샘
  오후 3시10분경에 승선하고 3시 20분에 12명이 채워져 시간 전에 출항했다. 동승한 네 분은 한 달에 하루씩 학교 교실청소 담당인데 그중 한 여성이 학교에서 맛있는 차를 내오신 분이었다. 어떤 각별한 인연 있어 초도행차인 우리를 두 번이나 만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전쟁 때도 편지는 호호방문 배달이 됐다던데 비안도는 지금의 평화시절에도 편지가 잘 배달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두리도 주민이 10가구가 살다가 현재는 5가구만 생존한다고 동승한 주민 한분이 혼자 말처럼 뇌였다
  15분 만에 가력도항에 도착하여 새만금방조제 신항만을 출발했다. 전주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진봉면을 잇는 왕복4차선 동서개통 처녀도로를 탔다. 동서3교를 지나 생태공원 갈림길을 가로질러 16.47km를 달려 김제 진봉면 심포에 닿았다. 백합단지 심포6길에서 잠시 주차하고 만경강을 바라봤다. 만경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군산시와 마주한 강유역의 이름을 딴 만경읍은 아주 작은 읍이라지만 군산, 김제, 익산 등에 연결되는 길목 위치에 있어서 각 기능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큰 고을이었다.
 
              굴 서식지                                     새만금 동서도로
  백합단지 ‘전망 좋은 집’을 찾아봤다. 횟집하면, 심포를 찾았을 때 당시 만경여자고등학교 김영 시인과 이 전망 좋은 집에서 미담에 취하며 나눈 맛있는 오찬을 잊을 수 없다. 김영 시인은 2003년 교육부로부터 받은 개인문학상금 일천만원을 재직 중인 학교에 기증했었다. 훈훈한 미담을 들으면서 벽전체가 통유리여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았었다. 적지 않은 상금을 후학양성에 기증한 참 교육자라고 생각했던 기억을 떠올려봤다.
  김제 진봉면 소재 망해사望海寺는 만경강이 서해와 만나는 절벽에 고군산군도를 멀리 조망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름도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라는 뜻으로 지평선과 수평선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서해낙조가 일품이었는데 새만금이 조성되면서 그 바다가 사라졌다. 이제는 새만금이 완성되어 부안김제 군산을 품는 새만금 광역시廣域市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망광사望廣寺로 개칭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망해사에서 김제 진봉면 소재리까지 은행나무 가로수가 일품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김제만경평야, 우리나라 최대곡창지대를 지나면서 논두렁 경계가 만개라는 의미의 만경萬頃(?) 광활한 논에 파란 논보리와 함께 논두렁 경계가 바둑판을 연상케 했다. 귀가 99개 달렸다는 능재저수지 소개 등 시골정취가 물신 풍기는 들을 소개하는 정군수 시인의 김제 사랑담을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신산업에 도착했다.
  김경주 학생 덕에 비안도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흔쾌히 먼 길을 동행해준 정군수 시인과도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의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