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방송은 해마다 12월말쯤이면 국내외 10대 뉴스를 정리하여 발표하곤 한다. 그건 오랜 관행이어서 으레 연말이면 그러려니 여긴다. 나는 그것을 패러디하여 「우리 집 10대 뉴스」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우리 집 10대 뉴스」를 처음으로 쓴 것은 2003년부터였다. 그해부터 문하생들에게도 해마다 「우리 집 10대 뉴스」를 쓰라고 권하고 있다.
「우리 집 10대 뉴스」는 우리 가족사(家族史)를 정리하는 일이다. 1년 열두 달 우리 집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 중에서 뉴스 가치가 큰 것 순으로 열 가지를 골라 정리하면 된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들을 인쇄하여 순서대로 파일북에 넣어두니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언젠가는 단행본으로 출간하면 좋을 것이다.
손자손녀가 언제 어느 병원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셨으며, 작은아들이 미국에서 언제 컴퓨터공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큰아들이 언제 승진했으며, 딸이 언제 교사가 되었는지 「우리 집 10대 뉴스」를 펼쳐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래서 나라나 회사마다 역사를 기록하는 모양이다.
나는 「우리 집 10대 뉴스」를 기록하는 걸 나무에게서도 배웠다. 나무는 해마다 자기 몸에다 문신처럼 나이테를 새긴다. 나무는 말도 못하고 문자도 모르지만 자신의 살아온 역사를 나이테란 기록으로 남긴다. 그 나이테를 보면 그 나무의 나이가 몇 살이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 수가 있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 집 10대 뉴스」를 꾸준히 기록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후손들에게도 그 기록정신을 물려주고 싶다. 해마다 연말이면 아들과 딸들에게 자기 집의 ‘10대 뉴스’를 선정하여 보내달라고 하고, 그 뉴스 중에서 뉴스의 크기에 따라 10가지를 선정하여 정리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김학 집안의 가족사>는 차곡차곡 기록으로 쌓이게 될 것이다.
